지난해 12월에 출간된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얕은지식' 이라는 인문학 도서는 발간 된지 3개월 만에 인문학분야 판매부수 10만부를 돌파하였다. 현재는 주간베스트순위 2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판매될 전망이다.출판계는 대형 신인작가의 등장으로 저마다 성공 원인을 분석하는데 여념이 없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 ‘한빛비즈’는'지대넓얕'(줄임말)의 반응이 이처럼 무시무시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선전한 새로운 인문서의 역량은 무엇일까?본지는 수차례 접촉을 시도하여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저자 ‘채사장’을 만나 넓고 얕은 인문학적 대화를 진행했다

채사장 =사진/한빛비즈 제공
[인터뷰]
Q: 갑작스러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학사장교를 자원해서 대학졸업 후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걱정 없이 휴학기간을 포함 학교도서관에서 3년 동안 거의 매일 한권씩을 읽었습니다.
대략 1000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대 후에는 ‘주식투자’등의 경제적인 부문에 관심이 많이 생겨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1년도에 제주도에서 큰 사고가 있었는데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워낙 큰 사고였습니다. 저는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세계가 좀 더 명쾌해지면 스스로 안정이 되겠다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집필을 염두 하지 않았습니다.
Q: 독자들이 이처럼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많은 언론에서 “ '지대넓얕'은 정확하게 판매를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 책의 제목이 대중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간파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제목을 처음 정할 때는 오히려 반대가 많았습니다. 결과론적인 해석은 매우 쉽습니다. 내용에 집중하며 집필한 책에 대해 언론에서 책의 제목 때문에 잘 팔렸다고 하니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 책이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면 책을 완독 후에 실생활에서 좀 더 유익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집필했습니다. 대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식을 정석처럼 쓰게 된 것입니다.
Q: 실제로 이 책을 읽은 분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여러 댓글이나 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중 칭찬과 비판들이 산재합니다. 그 중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비판입니다. 비판은 있어야 하고 비판을 받기 위해 책을 낸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책을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비판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읽어보신 분들은 단순히 지식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는 그와 관련된 논의를 합니다. 저자는 그때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보다 소통을 이끌어내는 집필의도와 일치될 때입니다. 저자는 절대적 지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판이 함몰되면 책이 가진 소통의 기능은 사라지게 됩니다.
Q: 독서량이 많다고 배움이 깊은 것은 아니라는데?
배움은 경험으로 얻어지고 독서는 그중 일부만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성경을 많이 읽고 신학대를 나온 사람이 무조건 다른 이들보다 신앙심이 깊은 것이 아닙니다.
한번은 교회를 다니시는 어머니가 한겨울 약수터에서 남들이 사용한 빈 그릇을 닦는 것을 보았는데 그분들께 꼭 책을 읽도록 강요해야 할까요?
결국 책을 읽어야 인문학과 가까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은 단지 자기생각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인성을 갖춘 넓고 얕은 지식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넓고 얕은 지식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사람들 사이에 대화의 공통분모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교양이나 인문학을 너무 신성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교수님이나 높으신 분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유명한 철학자도 거리에 있는 대중과 허물없이 대화하며 공부했습니다. 인문학은 애나 어른이나 하는 놀이와도 같은 것입니다.
Q: 지식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저 또한 지식에 대한 강박증을 평생 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큰 사고를 당하고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선 "언제 어디서라도 죽을 수 있다면 내 삶의 우선순위는 돈보다 삶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을 해결 해야겠다"라는 뚜렷한 삶의 지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최단거리는 독서였습니다. 이처럼 지식이라는 것은 사소한 개인적인 호기심부터 채워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지식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면 세상에 궁금한 것은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지식을 억지로 섭렵하기보다 책을 통해 호기심을 해결하다보면 자연히 지식은 쌓이게 됩니다.
Q: 인생에서 가장 크게 가치 있는 지식은 무엇이었나요?
주식은 꼭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을 통해서 배운 첫째는 현실세계에 대한 이해입니다. 한국사회와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존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과 유럽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마음’인데 “내가 예상하는 것은 다 틀린다.” 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반면 “진짜 아닌데”라고 생각하면 잘될 때가 있습니다.
그 같은 경험의 반복을 통해 "확신하면 다 틀린다." 라는 겸손한 태도를 갖게 되었고 그것은 곧 제가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되었습니다.
Q: ‘회의주의론’ 자 라는 말씀이신가요?
절대주의론 vs 회의주의론
너무도 강력한 명제를 스스로 정한 후 “이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된다.”라는 태도는 병적인 증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한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더더욱 절대적인 것에 매달리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에 절대성을 부여합니다.
반대로 ‘회의주의론’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겉보기에는 이상해도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다름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대넓얕’은 이견을 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Tool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취업문제와 관련한 개인적인 견해는?
방법이 없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현상학적으로 볼 때 일본과 동일한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학문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접근법으로 인구의 구조변화를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15년 전의 일본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출산이 점차 감소하여 소비자의 수요가 적어지면서 경기침체가 왔습니다. 급기야 베이비붐세대들은 부동산을 팔기 시작하지만 가난해진 청년 수요층은 부동산을 살수가 없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경우는 청년들이 성공보다 현재의 삶에 치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조사결과 행복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설계를 포기하고 현재를 즐기게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일본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의 청년층 또한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부모세대의 가치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괴로워합니다. 곧 일본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청년들이 궁핍하긴 하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일본과 단순비교가불가한 논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임금수준이 격차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일본과는 사정이 달라짐을 뜻합니다.
그러한 현상의 주요원인중 하나는 한국에 있는 거대 기업들의 높은 해외자금 투자비율입니다. 국내의 생산에서 발생한 이익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해외주주자본가들에게 빠져나가는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는 시장의 자유에 맡기면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의 최소개입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더욱 많은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정치적 해결은 분명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내버려두면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신자유주의적 견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대입시킬 수 있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 스스로의 권리는 찾아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채사장=사진/문덕선 기자
Q: 마지막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삶에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요?
주변사람들이 달라지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생각처럼 많이 벌지는 못합니다. 이번계기로 출판계가 왜 어렵다고들 하시는지 체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못 만났던 인맥들을 한꺼번에 소급적용해서 만났습니다.
Q: 앞으로의 일정은?
그다지 외향적이지 않은 성격이어서 당분간은 좀 쉬고 싶습니다. 최근 1~2년간 정말 너무 일만해서 휴식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팟캐스트’는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현재 멤버들 또한 수익에는 큰 관심이 없고 각자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당분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은 대학을 졸업 후 학사장교로 군에 입대하였고 제대 후 논술강사, 주식투자,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2011년 친구들과의 제주도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겪게 되었는데 당시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통해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면 진정 가치 있는 것에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이유는 책을 완독한 독자들이 주변지인들에게 추천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대넓얕’은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에 관한 전 영역을 간결하게 정리함과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편향적이지 않은 중도성향이 짙은 대중도서이다.
[ 취재= 달빛페이지 편집국 ]duksun84@naver.com
Copyrights ⓒ 달빛페이지 (www.moon-page.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